
리처드 링클레이터(Richard Linklater)는 시간과 정체성, 인간 내면을 천착해온 감독입니다. 그는 《비포 선라이즈》 3부작과 《보이후드》에서의 인물 중심 서사, 《웨이킹 라이프》의 철학적 대화 실험에 이어, 2006년작 《스캐너 다클리(A Scanner Darkly)》에서는 더욱 디스토피아적인 설정을 통해 감시사회와 인간 인식의 모순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미국 SF 문학의 거장 필립 K. 딕(Philip K. Dick)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링클레이터 특유의 로토스코핑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시각화된 작품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마약 범죄를 다룬 사이버 누아르처럼 보일 수 있으나, 그 이면에는 자아의 분열, 국가 권력의 통제, 중독의 실존적 공포가 스며들어 있습니다. 이 영화는 ..